보험을 가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보험 증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남들이 권해주는 대로 가입했다가는 몇 년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뻔하다. 보험은 단순히 월 몇만원짜리 상품이 아니라, 총 납입금액 몇천만원짜리의 비싼 상품이니까 꼭 꼼꼼히 확인해보고 가입하도록 하자.
보험 증권 뜯어보기 📑
1. 3대 진단비
보험 가입 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항목은 바로 진단비이다. 진단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질병에 걸렸다라고 진단을 받으면 나오는 돈이다. 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암진단비를 받을 수 있다.
진단비가 중요한 이유?
큰 병에 걸리면 대부분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수입이 끊겨서 부족한 생활비를 진단비로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몇몇 보험설계사들은 자신의 연봉만큼을 진단비로 설정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하는데, 나름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진단비를 받아 수술비나 입원비를 충당할 수도 있고, 생활비로 쓸 수도 있으니까 가장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3대 질환이라고 불리는 암, 뇌, 심장에 대해 진단비를 설정해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3대 진단비라고 칭한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3대질환 상식>
암 : 암이라고 다 같은 암이 아니다.
보험업계에서 암은 소액암, 일반암, 고액암 등으로 또 세부화된다. 소액암에 포함되는 암도 보험사마다 다 다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갑상선암/기타피부암/제자리암/경계성 종양이 해당되고, 생명보험사의 경우 남녀생식기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한다. 손해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남녀생식기암에 걸렸을 때는 일반암으로 분류된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 하면, 진단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증권을 읽어보면 '일반암 진단비'로 소액암(또는 유사암)은 보장하지 않는다 라고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가입한 보험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는 1억원까지 설정이 가능했지만, 유사암진단비는 2000만원이 최대 한도였다. 소액암 진단 시 일반암 진단비의 10%만 지급하게 약관을 정해놓은 보험사도 있다.
뇌 / 심장 : 이름에 따라서 보장 범위가 다르다고?
뇌졸중 = 뇌출혈 + 뇌졸중
뇌혈관질환 = 뇌출혈 + 뇌졸중 + 뇌경색
보험에서 뇌출혈만 보장한다면, 뇌졸중이나 뇌경색에 걸렸을 때 보장을 받지 못한다.
뇌경색에 걸렸는데 뇌졸중만 보장을 받는 보험이라면? 안타깝게 보장을 받지 못한다.
심장 쪽도 마찬가지다.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비로만 가입이 되어있다면, 협심증과 같은 기타 급성 심장질환에 걸렸을 때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왕 보험에 가입하는데 보장범위가 넓은 것이 좋다. 뇌/심장 관련 보장을 설정할 때는 '뇌혈관질환'인지 '허혈성심장질환'인지 꼭 확인해볼 것!!
2. 수술비, 중복보장은 피하자
살면서 수술을 받는 횟수가 몇 번이나 있을까? 나는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라섹수술을 받은 것이 전부다. 그래서 집안 내력을 살펴보았는데, 부모님/조부모님의 경우 0~2회 정도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나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수술비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수술비도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상해수술비', '질병수술비'와 같이 모든 상해와 질병을 포함하는 수술비가 있는 반면, 1~5종 수술비와 같이 수술 종류와 방법에 따라 구분이 되는 수술비가 있다. 예를 들어, 대장용종제거술은 1종이고, 맹장수술은 2종 수술로 분류되는 식이다. 이러한 종별 수술비의 경우, 1종 수술비는 가입금액의 1/30, 2종 수술비는 1/10만 지급되는 등 차등 지급이 된다. (물론 보험사마다 비율은 다 다르므로 확인 필수!)
골절/화상수술비가 따로 구성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골절과 화상도 '상해'의 일종이기 때문에 상해수술비가 나온다. 나는 보험료 절감을 위해 이런 중복 보장도 싹 지웠다. 다양한 수술비 항목이 어떤 수술을 포함하는지, 겹치는 것은 없는지, 가성비는 좋은지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3. 만기는 몇 세로 하지?
보험 만기는 80세, 90세, 100세 만기 중에서 고민했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100세 만기가 가장 든든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보험료가 수직 상승한다. 고령일수록 발병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80세 만기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 지점인 90세 만기로 합의를 봤다.
4. 20년 납? 30년 납?
보험료를 20년동안 짧고 굵게 낼 것인지, 30년동안 길고 가늘게 낼 것인지 고민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내가 가입한 보험은 '납입면제' 기능이 있다. 3대질환에 걸리면 이후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장은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생각하면 30년 납이 유리했다. 30년 내에 병에 걸리면 이후 보험료는 내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30년 납을 선택할 경우, 매달 내는 비용이 줄어 부담은 덜겠지만, 계산해보면 총 보험료가 늘어난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여 총 보험료가 높게 설정되는 것이다. 할부를 생각하면 쉬운데, 오랫동안 나눠서 내면 이자가 높아지는 것과 똑같다.
또 무슨 일이 생겨서 보험을 해지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을 중도 해지하게 되면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럴 확률을 줄이기 위해 짧고 굵게 끝내는 20년 납이 유리했다. 나는 이런저런 것을 따져서 20년 납을 택했다.
보험에 정답은 없다.
보험설계사는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 어떤 보장을 받을 것인지, 얼마나 받을 것인지는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나에게 최선은 무엇일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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