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필명을 '불꽃'으로 정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번뜩 떠올라 순식간에 정한 이름이지만, 꽤나 마음에 든다.
나는 사무직이라 온종일 앉아서 업무를 본다. 평소처럼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을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수많은 사람이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게 문득 기괴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게슈탈트 붕괴현상이라도 온 것인가. 사무실 책상에 다닥다닥 앉아서 똑같은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게 어찌나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던지. 마치 공장의 부속품이 된 것 같았다.
" 젊은 날에 사무실에서 부품처럼 일하는게 너무 억울하다! "
당시 나는 해가 뜨기 전 캄캄한 새벽에 출근하고, 해가 진 후 다시 캄캄해진 저녁에 퇴근을 하곤 했다. 그 때가 겨울이라 해가 유독 짧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해가 떠 있는 시간의 100%를 사무실에서 햇볕도 못 쬐고 있다는게 너무 우울하게 느껴졌다.
모니터만 쳐다보는 것도 힘들었다. 내가 하는 일은 컴퓨터가 없으면 못하는 일이라 무조건 일하는 내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몸도 굳고, 굽어가는 것 같고 눈도 침침하고... 급기야 모니터 안보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나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갔다.
나는 입사하면서 회사가 위치한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회사를 다닌다는 가정이 깔리자 나의 미래를 상상할 때 딱 이 도시 한군데로 좁혀지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해서 회사 다니는 모습'. 딱 그 한정된 미래 말고는 상상을 할 수도 없었다.
불과 몇 년 전인 대학생 때만 해도 세계 방방 곳곳을 누비며 살 줄 알았는데. 세상은 넓은데 내 생활반경을 '직주근접'의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한정짓고 싶지 않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
'나는 어찌 됐든 이 직장을 앞으로 10년은 더 다녀야겠다!'
왜냐하면! 내 능력치 대비 이만큼 돈 많이 주는 곳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다른 대안이 딱히 없다.
결국 나의 시간적 / 공간적 자유를 '돈'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
결국, 시간적/공간적 자유를 얻으려면,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물론 경제적 자유 없이도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나의 우선순위에 돈이 앞서는 이유는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욜로(YOLO!!)를 외치지만, 나는 성격상 그러면 더 불안하다. 나 어떡하지?? 다음달 카드값은?? 내 미래는?? 이런 걱정 때문에 욜로 하지도 못할 것이 뻔하다. 차라리 탄탄하게 대비를 해놓기로 다짐했다. 믿을 구석을 마련해 놓자!
"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
"
파이어족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거 난데?! 싶었다. 파이어족을 잊지 않기 위해 FIRE = 불을 의미하는 '불꽃'으로 내 필명을 정했다. 불꽃이 타오르듯 열정적으로 살고싶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은퇴 자체가 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에도 나는 아마 일을 계속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적/공간적으로 자유로운 일을 하고싶다. 돈이 최우선 가치가 아닌, 성취감이나 내 적성, 흥미가 우선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
지금까지 '돈'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것 중 항상 상위를 차지했다. 전공, 직업, 거주형태 등 모든 중요한 선택에서 '돈'이 고려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돈이 더이상 내 선택 기준이 아니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진심으로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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