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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하기 : 투자/P2P

4년째 하고 있는 P2P 투자 후기

by 불꽃 2020.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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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4년째 해오고 있는 P2P투자에 대한 회고록이다. 나는 P2P투자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시작한 얼리어답터(?)다. P2P 산업 자체가 신생 산업이라 그런지 마케팅을 참 잘했다. 1만원 이하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홈페이지 인터페이스도 주식 MTS처럼 복잡한 게 아니라 심플하고 직관적이어서 접근성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P2P투자에서 데이기도 했고 쏠쏠한 만기도 경험하면서 P2P투자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 

 

 

먼저, P2P는 Peer to Peer의 줄임말이다. 지금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오기 이전에는 P2P 다운로드 사이트가 유행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고 다운받는 방식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 to 사람 간의 거래. P2P 투자 역시 사람들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P2P 업체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것이다.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개인신용대출 P2P 


개인신용대출 P2P는 조건이 안 맞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은행이자보다는 높지만 사채보다는 낮은 수준의 연10% 내외의 이자를 받는 투자이다.

P2P 업체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액으로 잘게 쪼개 투자한다고 홍보를 한다. 100만원을 1명에게 몰아서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100명에게 1만원씩 빌려주는 것이다. 

 

그럴듯한 마케팅에 속지말고 "은행에서도 돈 못 빌리는 사람들에게 뭘믿고 돈을 빌려줘?" 라는 의심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나는 마케팅을 아주 잘 하는 한 회사에서 첫 개인신용대출 P2P투자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매달 따박따박 상환이 잘 됐다. 소액의 돈이었지만 이자를 불러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치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체 채권이 하나 둘 늘어났다. 주식 같은 금융상품은 손실이 나면 손절매로 손실을 확정 짓고 빠져나올 방법이 있는데, P2P 상품은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업체에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추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경험 상 연체 채권이 정상으로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도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아주 위험이 큰 행위다. 그 사람이 어떻게 돈을 갚을지, 믿을만한 사람인지 뭘 보고 안단 말인가! 더군다나 은행에서는 꼼꼼히 따져서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낸 사람인데!
아니 옆집 사는 사람이 돈 빌려달라고 해도 의심부터 할 마당에,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돈을 빌려주지? 마케팅에 홀라당 넘어가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투자를 하기 전에,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라는 문구에 동의한 기억이 있다. 이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알게된 것은 원금을 잃고난 이후였다. 

 


건물, 토지를 담보로 잡는

부동산 P2P


개인신용대출 상품에 데인 후, 투자한 상품은 부동산 담보 P2P이다. 오로지 개인의 신용에 기대기보다 물리적인 담보가 있으면 돈을 회수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체가 발생하면 담보로 잡은 물건을 경매에 넘겨 돈을 받으면 되니까! 간단하쥬? (아님)

 

말로는 간단한데, 실질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건 역시나 연체를 겪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업체 리스크'를 겪었다. 연체가 발생한 이후에는 투자자는 오로지 P2P 업체의 의지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성실하게 추심을 하고, 투자자들에게 진행사항을 공유해야 하는데, 내가 투자를 진행했던 업체는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나중에 알고보니 그 P2P업체는 직원이 4명밖에 없는 아주 작은 회사였고, 투자 설명서에 나와있는 투자상품 내용도 사기에 가까웠고, 대표는 구속이 될까말까 하는 상태였다... (아오)

 

운이 좋아 내가 투자한 P2P업체가 근명성실한 업체라고 해도,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서 실제로 진행되기까지 수개월~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원금 회수도 못하고, 어떤 액션을 취할 수도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또, 채권자에게도 순위가 있다. 주로 은행이 1순위이고, P2P는 2순위 채권자가 된다. 경매가 끝나고 돈을 받아도 1순위인 은행이 돈을 우선적으로 가져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경매는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싸게 파는 것이기 때문에, 1순위 채권자에게 돈을 갚고나면 2순위인 P2P 투자자들에게 남는 돈은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담보를 믿고 안심할 것이 아니다. P2P 투자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상품이 리스크가 없는지도, 특히 업체는 크고 믿을만한 곳인지 잘 따져서 선택해야 한다. 

 

 


포트폴리오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SCF 투자


신용대출, 담보대출에서 크게 데인 이후에도 나는 P2P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신용/담보 상품 모두 투자하지 않고 (탈락!) SCF라는 상품에만 투자 중이다. 

 

SCF는 Supply Chain Finance의 약자로, 우리말로 공급망 금융 또는 선정산 서비스 등으로 번역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투자되고 한다. 

 

보통 쿠팡이나 11번가와 같은 큰 쇼핑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우리가 지불한 돈이 바로 판매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2주, 길게는 두어달의 정산 기간 이후 지급된다. 그동안 판매자는 물건을 팔았음에도 돈을 못 받고 기다리는 상태가 된다. 재료비, 생산비, 인건비, 배송비 등 나갈 돈은 많은데 돈이 안 들어오는 상황. 이를 활용한 상품이 바로 SCF이다. 

 

SCF는 이미 발생한 매출에 대한 권리를 가져오고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쇼핑몰에서 판매완료된 매출을 담보로 돈을 받기까지 기간동안 돈을 미리 빌려주고, 이후에 돈이 들어오면 그걸로 상환을 받는 것이다. 만기가 1~2개월 이내로 짧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확보하기에도 좋다. 

 

나는 이 구조가 탄탄하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규모와 인지도가 우수한 P2P 업체 두 군데를 이용 중이고, 자동투자서비스를 활용해 투자-상환-재투자를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업체는 마케팅 포인트를 "연체율 0%, 누적 손실률 0%"라고 잡았다. 이 기록에 흠집내고 싶지 않아서 더 철저히 관리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수익률은 연6~10%인데 연체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기상환되는 건이 많아서 이자를 덜 받아 섭섭하달까? (한두달짜리 투자라서 실질적인 이자는 1/12 or 1/6을 곱해야 한다.) 

 


4년간 P2P투자 결과는, 개인신용대출 탈락! 부동산 담보대출 탈락! 그리고 살아남은 마지막 후보 SCF 뿐이다. P2P투자를 하면서 울고 웃고,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 덧, P2P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는 이민아 기자님의 <P2P 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추천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P2P 상품의 구조가 상세하고도 쉽게 쓰여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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